제네시스 쿠페 - 현대차 최초의 FR 스포츠 카 by 웃는남자

현대자동차 최초의 뒷바퀴굴림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가 지난 10월 10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의 공식 런칭 행사를 시작으로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뒷바퀴굴림 방식에 3.8리터의 대배기량 엔진이 올라간 만큼 이제 처음으로 FR 스포츠카의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 Improve & Meaning

현대 제네시스 쿠페는 출시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사진과 스펙이 속속 공개되면서 스포츠 드라이빙 마니아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던 모델이다. 출시 전부터 한국의 스포츠 드라이빙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모았던 이 차는 TV 광고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의 드리프트 시범 등 프리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이미 소비자에게 화제가 되었다. 뒷바퀴굴림 세단 제네시스와 플랫폼을 공유해 만든 제네시스 쿠페는 그동안 현대차가 만들어왔던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의 ‘스포츠 루킹-카’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모델로 등장했다는 점과 향후 세계 시장에 내놓는 모델의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Exterior & Interior
제주도에서 언론에 처음 공개된 제네시스 쿠페. 시판 몇 개월 전부터 디자인과 사진이 공개되면서 인피니티나 렉서스의 어느 부분이 닮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돌았지만, 실제 양산 모델의 보디라인을 보면 현대차 고유의 라인을 만들어내려 했던 흔적들을 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숏 오버에 롱 휠베이스를 가진 이 차는 두 개의 깃 세운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특징적이다. 하지만 앞모습은 좁게 배치된 프론트 그릴이 보디라인의 강렬함이 비하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 테일램프는 다른 차와 닮은꼴에 대한 이미지는 생각보다 덜하고, 오히려 넓게 펼쳐진 트렁크 리드의 이미지가 BMW 6시리즈와 비슷한 구석이 보인다.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가 각각 4,630x1,865x1,385mm, 휠베이스는 2,820mm로 인피니티 G37 쿠페와 거의 체구가 비슷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외형상 윗부분은 제네시스 쿠페의 볼륨감이 더하지만, 스커트 타입으로 마무리된 아래쪽은 인피니티 쪽에서 더 포스가 느껴진다. 실내의 경우 스포츠 쿠페에 어울리게 시트 포지션이 낮게 배치되어 있다. 스포츠 쿠페들 중에는 휠베이스가 넓으면서도 뒷좌석 공간이 협소한 차들이 많은데, 제네시스 쿠페는 상대적으로 뒷좌석의 여유 공간이 넓은 편이고, 승하차도 편리한 측에 속한다.

레그룸은 앞 1,120mm / 뒤 770mm, 헤드룸은 앞 996mm / 뒤 880mm, 숄더룸은 앞 1,440mm / 뒤 1,360mm. 또한 실내 컬러는 직물 패키지를 기본으로 블랙 패키지, 브라운 패키지, 레드 패키지의 세 가지 선택 가능한 옵션을 마련했다. 하지만 내장재는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플라스틱 소재들의 질감이 제네시스 세단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계기판은 2서클 타입이고, 실버톤으로 치장한 센터페시아는 상단에 푸른빛을 내는 와이드 LCD패널이 적용되어 있다. 이 LCD 패널에는 다양한 주행정보가 표시되지만, 내비게이션은 준비되지 않았다.

>>Powertrain
제네시스 쿠페의 파워 트레인은 두 가지가 있다. 2.0리터 세타 엔진을 뒷바퀴굴림에 맞춰 세로배치로 변경한 2.0 Turbo에는 아이신제 6단 MT와 5단 AT가 준비되어 있고, 3.8리터 람다 V6 엔진을 역시 세로배치로 변경하면서 성능을 개선한 람다 RS 엔진에는 ZF제 6단 MT와 AT(매뉴얼 시프트 기능 포함)를 조합시켰다. 세타 200 Turbo 엔진은 터보차저 부착과 함께 실린더 블록과 피스톤 등을 튜닝하면서 최고출력이 210ps/6,000rpm, 최대토크는 30.5/2,000rpm에 MT 기준 0→100km/h 도달시간은 8.5초. 특히 각 실린더별로 피스톤 쿨링젯 시스템이 추가되었으며, 피스톤 핀의 이탈 방지를 위해 피스톤의 좌우 양끝단에 스냅링을 적용해 내구 한계를 높였다.흡배기 가변 밸브 타이밍(DCVVT:Dual Continously Variable Valve Timing) 기술이 들어간 람다 V6 380 RS 버전의 경우 최고출력이 303ps/6,300rpm, 최대토크 36.8kg.m/4,700rpm의 성능을 내며 0→100km/h 도달시간이 6.5초(MT)에 달하며, 최고속도는 240km/에 이른다. 이로써 한국의 양산 모델 가운데 가속력과 최고속도가 가장 빠른 차로 기록된다.

>>Chassis & Running Gear
기본 플랫폼은 제네시스와 공유하지만 서스펜션의 구조는 많이 다르다. 제네시스 쿠페는 가상 조향축 개념을 적용한 듀얼 맥퍼슨 타입으로 분리형 전륜 로어 암이 쓰인다. 이는 조향축과 휠 센터 사이의 오프셋을 축소해 주행 및 제동 시 스티어링 휠의 떨림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는 특징이며, 캐스터 앵글의 경우 8.74 로 고속 직진 안정성에 중심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어 서스펜션은 멀티링크이며, 댐퍼와 스프링이 분리된 타입이라는 점에서 최근 현대차가 선택한 흐름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캠버 앵글은 -1.5 로 설정했고, 국내 최초로 모노튜브 타입의 댐퍼를 적용한 것 등은 스포츠카 분위기의 탄탄한 승차감과 코너에서 접지력 향상을 위한 선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앞뒤 무게 배분은 54:46으로 현대차 가운데서는 밸런스가 가장 좋다. 또한 미끄러운 길이나 커브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선회 시 구동력에 효과적인 토크 감응형 LSD(limited Slip Differentail)도 적용했다. 브레이크는 싱글 피스톤 타입이 기본이고, 옵션으로 170만원을 추가하면 모노블록 4피스톤 타입의 브렘보 패키지로 바꿀 수 있다. 휠은 2.0 TCI RS 버전에는 18인치, 380 RS 버전에는 19인치가 적용된다. 타이어는 브릿지스톤 포텐자 RE050A로 380RS의 경우 앞 225/45 9, 뒤 245/40R 19시리즈다. 차제자세제어장치(VDC)는 전 모델에 기본으로 채택되었다.

>>Test Drive
제주에서 가진 제네시스 쿠페 시승회의 메인 모델은 380RS AT 버전이었다. 이곳에 참석했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은 ‘현대자동차가 만든 모델 가운데 가속이 가장 빠르고, 이렇게 스포티한 핸들링 성능을 가진 차는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배기량이 3.8리터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분명 지금까지 나온 한국차 가운데서는 가속이 가장 빠른 차라고 할 수 있다. 테스트를 핑계 삼아 차들이 없는 도로에서 스피드를 올려보았다. 최고출력 포인트인 6,300rpm 부근에서 기어별 톱 스피드를 측정한 결과 1단 52km/h, 2단 92km/h, 3단 142km/h, 4단 190km/h 부근을 가리켰다.

기어가 6단으로 분배된 탓도 있지만, 2단에서 100km/h를 넘지 않는 것을 보면 초반에는 나름대로 가속형 세팅이라고도 할 수 있다. 6단에서 100km/h 정속 주행은 2,000rpm에서 나오고, 5단에서는 2,500rpm에서 세팅된다. 제한속도는 240km/h까지 설정되어 있고, 리미트를 풀어도 최고속도가 252km/h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는 6단에서 최고 엔진 회전수를 5,100rpm까지만 쓴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스피드와 엔진 회전수를 제한하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 듯하다. 스피드의 상승 곡선을 보면 180km/h까지는 제법 쉽게 올라가지만, 그 뒤부터는 약간 호흡이 길어진다. 제원상 최고속도인 240km/h에 도달하려면 훨씬 더 긴 거리와 시간이 필요했다.

모노튜브 타입의 리어 서스펜션 덕분인지 댐핑이 은근히 탄탄한 반응을 보였고, 핸들링 동작에서 초기 응답성은 상당히 예민하게 세팅되어 있다. 특히 핸들링 성능에서 스티어링 휠의 입력값 대비 초반 리스폰스는 아주 빠르지만, 그 이후의 영역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구석이 있다. 스티어링 휠을 더 많이 돌리는 상태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는 기존의 빠른 차들을 탔을 때처럼 리니어한 움직임이 아니고, 무언가 덜 매끄러워 약간의 수정을 필요로 했다. 예측 가능성이나 코너에서 전반적인 리니어리티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워낙 FF(Front-engine, Front-drive)에 집중했던 메이커에서 FR(Front-engine, Rear-drive) 차를 만들다보니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이 차의 품질도 더 향상되겠지만, 이 차가 제네시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 핸들링에 대한 부분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누구의 말처럼 잘 생긴 원판에 성형수술 할 때보다 못생긴 원판에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원판 불변의 법칙’라는 것이 세상에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 Turbo 버전의 경우 5단 AT를 얹은 모델 한 대 밖에 없었다. 배기량이 넉넉하고 제법 시원스런 가속감을 가진 380RS를 타다가 200RS를 탔더니, 가속감은 무척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리스폰스도 느리고 과급압도 약해 약간 가속 페달을 밟아도 초반부터 멍~해 약간은 실망이 없지 않았다.

터빈이 큰 것도 아닌데 초반 리스폰스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일반적인 가속 영역으로 갈수록 점차 토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보차저를 썼다는 점에서 터빈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는 그만큼 잠재력이 남아있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이크의 경우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신나게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기본형인 싱글 피스톤 타입을 보다는 170만원을 추가해 브렘보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재의 브렘보 브레이크도 급제동을 몇 번 하다보면 나중엔 약해지고, 약간 멍~해지는 느낌이 생길 정도니 말이다. 페달의 답력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응답성도 그리 강력하지 느껴지지 않는데, 이 부분은 아무리 브렘보 할아버지를 달았다고 해도 메이커에서 애초에 어떻게 튜닝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브레이킹 스테빌리티는 좋은 편이었다.

>>Price & Ownership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200 터보 D가 2,320만원, P는 2,641만원, R은 2,942만원이며, 380의 경우 GT-P는 3,042만원, GT-R은 3,392만원이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전략에 맞춰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쿠페에도 공유하는 네이밍 정책을 쓰고 있다. 고급차가 먼저 나와 상위에 포진하고, 그 브랜드를 이용한 저가의 차들은 고급차의 위상 덕분에 제품의 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는 함께 묻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우산 마케팅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실내에 사용된 소재가 비싼 것이 아니고, 문의 경첩이나 잠금 고리를 비롯해 구석구석 생산기술 측면을 살펴봐도 특별히 진보된 내용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현재 책정된 판매 가격은 그냥 합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괜찮은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다는 현대차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수입 스포츠카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만한 고성능 차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격 경쟁력은 괜찮은 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조건과 국내 판매조건에서 일어났던 마찰 문제가 이번에는 역전, 최소한 비슷한 수준이라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아직 미국 판매가격이 완전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경우 최소한 미국에 수출차이 비해 한국의 내수차는 너무 비싸게 판매한다는 비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글_ 김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