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조항’ 대부분 OIE 규정에 없다
06.20- 한미 쇠고기 협상 사실상 타결

ㆍ美 자의적 기준 따라 작성…수입범위 결정권도 넘겨줘

한·미 양국이 합의한 미국산 수입위생조건의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근거 규정 없이 미국 정부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 제품에 대한 정의를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따르도록 해 쇠고기 수입 허용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미국에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리 정부는 OIE가 각 국에 매년 실시하도록 요구하는 ‘광우병 위험평가에 대한 재검토’ 의무도 수입위생조건에 명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 육류검사법에 따라 수입 범위 정해=23일 경향신문이 OIE 규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분석한 결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 1조 1항에는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 제품의 정의를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의 기술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다. 도축 당시 30개월 이상된 소에서 제거해야 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정의도 수입위생조건 부칙 5항에 ‘미국 규정에 정의된 SRM을 제거한다’고 기술돼 있다. 미국 법률이 바뀌게 되면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 제품의 범위가 달라지도록 돼 있는 것이다. 특히 OIE 규정에는 SRM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내장 전체를 SRM으로 간주하고 있는 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기준에 따라 곱창·대창 등 내장의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또 수입위생조건의 ‘도축 전 미국에서 100일 이상 사육되면 미국 소로 간주한다’는 조항(10조)도 OIE에는 근거가 없는 조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우병은 수입 중단 질병에서 제외=수입위생조건 제2조와 3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에는 12개월, 우역·우폐역, 럼프스킨병 등이 발생하면 24개월간 수출검역증 발급을 중단하도록 돼 있다. 이들 질병 발생시 OIE 규정에는 기간이 명시되지 않거나 장기간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는데도 수입위생조건에는 수입중단 기간을 12~24개월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광우병은 이들 질병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데도 수출검역증발급이 중단되는 질병의 범위에서도 빠져 있다. 또 OIE의 광우병 관련 규정(2조와 3조, 13.2조)에는 광우병 상황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각 국은 매년 위험평가를 재검토하도록 돼 있지만 수입위생조건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조차 없다.

◇미국에 넘겨준 검역주권=수입위생조건 6조에는 ‘미국의 모든 육류사업장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할 자격이 있다’며 사전통보만으로 수출자격을 갖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OIE 규정에는 수출국이 수입국에 육류 사업장을 사전통보하면 자동으로 수출자격이 부여되는 조항은 없다. 우리 정부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사전통보만으로 수출자격을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치아감별법을 통해 소의 연령을 확인(13조)토록 하거나 미국 도축장의 소 구매기록 보존 기간을 2년(14조)으로 제한 것도 OIE 기준과 무관하게 미국의 자의적 기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강진구기자>
by 웃는남자 | 2008/06/24 09:29 | 일상 다반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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